매일 밤 잡혀가기를 기다리는 서른한 살의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한때 천재 작곡가로 추앙받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러시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시대의 소음>은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1936년, 1948년, 1960년 12년 주기로 그의 인생을 덮친 사건을 중심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인생을 재구성했다.

작가는 레닌을 지나 스탈린, 흐루쇼프가 집권한 1920~1960년대 소비에트연방을 지배한 정치적 소음이 이 천재적인 음악가의 삶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역사 속에서 예술이란 무엇인지, 진실과 양심을 쫓는다는 것, 삶의 용기와 인내의 한계를 소설에 담았다.

19세에 쓴 첫 교향곡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다가 스탈린 앞에서 단 한 번 연주 실수로 곡을 금지당하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해를 그린 1장, 소비에트 대표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건너갔지만 쓰지도 않은 연설문을 읽으며 체제에 종속되어가는 삶을 그린 2장, 사람을 죽이는 공산당원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볼셰비키 최고위원이 되어버린 후 자신의 인생을 씁쓸히 회고하는 쇼스타코비치를 그려 낸 3장까지 거대한 권력의 소음 속에서 괴로워했던 음악가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남은 용기는 모두 자기 음악에, 비겁함은 자신의 삶에 쏟았다.” (유정미)

『시대의 소음』
지은이 줄리언 반스
옮긴이 송은주
출간정보 다산책방/ 2017-05-29

<이고 뮤직 북>은 뮤지션 퓨어킴이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자작곡 만들기 워크숍 ‘이고 뮤직(Ego Music)’을 담은 책이다. 서울 문래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재미공작소’에서 2013년부터 진행된 ’이고 뮤직’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수강생이 자기 자신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 완성하고 선보이는 것을 골자로 한 수업. 여섯 살 때부터 노래를 만들었다는 퓨어킴에게 가사를 짓고 멜로디를 붙이는 일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그래왔던 것처럼 수강생들 역시 노래를 만들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고 뮤직 북>에서는 ‘에니어그램’을 기반으로 한 10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가상의 수강생인 셈인데, 독자는 이들 중 하나를 선택해 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혹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나를 비추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쓰고 그리고 만드는 일이란 결국 나 자신을 쓰고 그리고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창작이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에 대해 말하는 모든 일이라는 것을, 퓨어킴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랑스러운 상상력과 독특한 색감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신모래가 삽화를 그려 더더욱 눈길을 끄는 책이다. (김주성)

『이고 뮤직 북』
 퓨어킴
그림 신모래
출간정보 재미공작소/ 2017-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