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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루비의 일기(@ludwig_wittgen)’ 계정이 생겼을 때 아마 이런 류의 생각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세상에 내가 하는 그 미학자 진중권이 이런 계정을 운영한다고? “난 아빠 아닌데. 루비라옹”같은 트윗을 200개에 가깝게 썼어! 고양이 사진을 잔뜩 올리고 거기다 스티커도 붙여… 그러니까 이 사람 고양이에게 몸과 마음을, 온 우주를 지배당하는 중이구나! 언젠가는 무엇을 쓰겠구나! 그리고 2017년 1월, 이 책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가 나왔다.

루비는 ‘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을 딴 애칭 ‘루비’로 불리는 미묘로, 2013년 어느 비 오는 날부터 진중권을 ‘집사’로 거듭나게 한 영혼의 동반자이다. 동네 고양이에게 ‘베냐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던 그는 고양이를 통해 삶을 성찰하고 사유하게 되면서 ‘고양이 중심주의’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초보 집사들은 자기들이 우리를 데려왔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우리랑 좀 지내다 보면 슬슬 너희가 우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외려 우리에게 ‘간택’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할 거야…(중략)…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되도록 운명 지워진 사건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지. 바로 그때 집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집사가 되기 시작하는 거야”

진중권은 이 책에서 타자를 타자로 인정하지 못하는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동물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양이’라는 존재에 대해 창세기부터 현대, 동서양을 아우르며 역사, 문학, 철학 등 다각도로 접근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루비가 구술하고 진중권이 받아 펴낸 책”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를 읽고 고양이의 묘묘한 매력에 빠져보자.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지은이 진중권
출간정보 천년의상상 / 201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