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규호에게 분위기 있는 모던록을 한 곡 받았다. 마이너와 메이저를 묘하게 오가는 이규호의 목소리는 그 곡을 분위기 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영국풍의 트리팝 같기도 했던 그 모던록이 내 귀에는 유난히 밝은 느낌으로 감겼다. 마침 그 앨범은 여름 노래만으로 가는 콘셉트의 앨범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내가 팥빙수라는 소재로 가사를 쓰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 노래가 당첨된듯하다. 규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고 박용준에게 편곡을 맡겼다. 원곡의 분위기를 바꾸고 밝고 재밌게 가자고. 결과는 좋았다. 10년이 넘게 매년 여름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는 대한민국 대표 시즌송이 되었으니.

하지만 항상 작곡가 이규호에겐 미안함이 떠나지 않았다. 그의 의도는 내 앨범 콘셉트에 의해 변해버렸고 몇 년간 규호의 아쉬운 마음은 이 노래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3년 또 한 번 팥빙수를 내 맘대로 변화시켰다.

“미안해, 규호야! 너의 멜로디는 항상 나를 자극하고 놀라게 한단다.

팥 넣고 푹 끓인다
설탕은 은근한 불 서서히
졸인다 졸인다
빙수용 위생 얼음 냉동실 안에 꽁꽁
단단히 얼린다 얼린다
프루츠 칵테일의 국물은 따라내고
과일만 건진다 건진다
체리는 꼭지체리 체리는 꼭지체리
깨끗이 씻는다 씻는다
팥빙수 팥빙수 난 좋아 열라 좋아
팥빙수 팥빙수 여름엔 와따야
빙수기 얼음 넣고 밑에는 예쁜 그릇
얼음이 갈린다 갈린다
얼음에 팥 얹히고 프루츠 칵테일에
체리로 장식해 장식해
팥빙수 팥빙수 난 좋아 열라 좋아
팥빙수 팥빙수 여름엔 이게 와따야
주의사항 팥 조릴 때 설탕은 충분히
찰떡 젤리 크림 연유 빠지면 섭섭해
빙수기 얼음 넣고 밑에는 예쁜 그릇
얼음이 갈린다 갈린다
얼음에 팥 얹히고 프루츠 칵테일에
체리로 장식해 장식해
팥빙수 팥빙수 난 좋아 열라 좋아
팥빙수 팥빙수 여름엔 이게 와따야
빙수야 팥빙수야 싸랑해 싸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야 빙수야 팥빙수야 싸랑해 싸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난 나나 나 난나 나 나난나
난난나
나나나나 나 난나 나
빙수야 팥빙수야 싸랑해 싸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야 빙수야 팥빙수야 싸랑해 싸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빙수야 팥빙수야 싸랑해 싸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야 빙수야 팥빙수야 싸랑해 싸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팥빙수’는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의 대표 여름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팥빙수’가 처음부터 만인의 사랑을 받았던 건 아니었다. 처음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푸드송’이라는 낯선 개념을 신기해하기도 했지만, 반감을 가지고 바라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가사도 편곡도 그리 친숙한 느낌의 대중가요는 아니었던 것이다. ‘팥빙수’는 누구한테도 정형화되고 싶어하지 않은 윤종신의 평소 성격이 잘 드러나는 작업이었다. “저는 정형화되는 게 싫어요. 그러니까 윤종신은 이런 음악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을 여지없이 깨고 싶을 때가 있는 거죠. ‘팥빙수’도 그렇게 시작했었고요. 이번에 리페어 버전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부러 프로그래밍 음악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윤종신이 복고 음악만 고집하는 건 아니라는 걸, 요즘 유행하는 트렌디한 프로그래밍 음악에도 관심이 많고 그걸 새로운 창작물로 반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간지) “제이레빗의 목소리가 일렉트로닉 사운드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2013년에 다시 태어난 Repair ‘팥빙수’는 제이레빗이 함께 했다. 윤종신은 평소 제이레빗의 맑고 깨끗한 음악을 즐겨 들으면서 두 사람을 눈 여겨 봤다. 청아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곡도 마음에 들어서 제이레빗에게 곡을 의뢰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윤종신은 제이레빗과 함께 하는 맑고 깨끗한 ‘팥빙수’를 상상했고, 곧바로 그들에게 연락해 녹음을 진행했다. 하지만 윤종신이 상상하는 새로운 팥빙수는 제이레빗의 평소 음악 스타일과는 또 달랐다. 윤종신의 머릿속에는 특유의 엉뚱함과 장난기가 가득했다. “제가 녹음 시작 전에 그 친구에게 너희를 더럽힐 거라고 했어요. (웃음) 그들의 목소리로 실험을 하고 싶었거든요. 저는 제이레빗의 목소리가 깨끗하고 정확해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도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들 역시 이 작업이 신기해했을 거예요.”

발행인 겸 편집장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Edit 김주성
Design 한경희
Plan 최진권
Video Edit 권철
Making Photo 윤이삭, 이승호
SNS 윤이삭

사진
Moving Picture 안성진 @TEO

음악
<팥빙수>
Lyrics 윤종신
Compose 이규호
Arrange 황성제(황군단_BJJ MUSIC)
Song 제이레빗
Rhythm programming 황성제, 김대철
Vocal sound design & Effective reprogramming 황성제, 김용현
Recording 김일호 @STUDIO89

<바캉스 매니아>
Lyrics 윤종신
Compose MGR
Arrange G.Brown
Programming G.Brown
Guitar 이성열
Chorus MGR, G.Brown
Recording 김일호 @STUDIO89, 김우현
Mixing 고현정 @Musicabal Studio
Mastering Stuart Hawkes @Metropolis Studio
Artists & Repertoire 박혜미

앨범아트
Artwork Director 이강훈
Artwork 이고은
Design 공민선

음원비디오
Editor 이지윤

스타일링
영주, 오진주

매니지먼트
조배현, 하영진, 최호준

제작 & 발행 MYSTIC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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