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못지않게 나와 많은 작업을 함께 했던 
가수 김연우. 시경이와의 작업이 좀 더 우아함을 추구했다면(아련한 추억을 그리는 노래들이 많았으니까), 연우와의 작업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생활적인 느낌에 집중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연우와 작업한 노래가 더 슬픈 지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청소하던 날’, ‘이별택시’, ‘금단현상’… 이 곡들이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연우의 목소리는 작곡자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다. 연우의 맑으면서도 슬픈 듯한 느낌을 주는 비음, 그리고 쭉쭉 뻗어 나가는 고음은 뭐든지 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택시, 자취방, 궁상, 청승, 후회, 환상, 착각… 김연우의 목소리 덕분에 나는 자그마한 가사 실험들을 많이 했고, 그 결과들에 만족했다. 내가 사랑하는 목소리와 감성을 가진 김연우와 바꿔 부르고 싶었던 노래는 ‘No Schedule’. 10집에 실려 있던 ‘No Schedule’은 당시 내가 부르면서도 연우와 참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던 곡이다. 특히 후렴 부분은 연우처럼 시원하게 질러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직접 작곡한 노래는 아니었지만, 꼭 연우의 목소리로 들어보고 싶었던 곡이다.

‘이별택시’는 나의 가사 역사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곡이다. ‘No Schedule’과 마찬가지로 이 곡 역시 내가 실제로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쓴 노래이고(2000년 부터 2005년 사이에), 그 힘듦과 찌듦이 가사 하나하나에 배어있다. 그 감정들… 그 뒤틀려있던 감정들이 평소에는 잘 안 쓰던 단어들을 불러왔고, 결국에는 더 진하고 깊은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이별택시’ 역시 언젠가 꼭 한 번 내 목소리로 표현해보리라 생각했던 곡이었다.

건너편엔 니가 서두르게
택시를 잡고 있어
익숙한 니 동네
외치고 있는 너
빨리 가고 싶니
우리 헤어진 날에
집으로 향하는 널
바라보는 것이 마지막이야
내가 먼저 떠난다
택시 뒤 창을 적신
빗물 사이로 널 봐야만 한다
마지막이라서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달리면 어디가 나오죠
빗속을
와이퍼는 뽀드득
신경질 내는데
이별하지 말란건지
청승 좀 떨지 말란 핀잔인 건지
술이 달아오른다
버릇이 된 전화를
한참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내몸이 기운다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귀찮을텐데
달리면 사람을 잊나요
빗속을
지금 내려버리면 갈길이 멀겠죠
아득히
달리면 아무도 모를거야
우는지 미친 사람인지
‘이별택시’는 의도치 않게 김연우의 대표곡이 되었다. 김연우는 ‘이별택시’가 서서히 인기를 얻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노래의 힘’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이 곡은 사실 타이틀 곡도 아니었거든요. 제 팬들만 알고 있던 노래였죠. 그런데 알고 보니 후배 가수들이 이 노래를 많이 좋아했더라고요. 이효리 씨나 동방신기가 방송에서 언급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입소문이 난 거죠. 노래가 진짜 좋아서, 그러니까 노래의 힘으로만 인기를 얻게 된 곡이 아닐까 싶어요.” 김연우는 아마 윤종신 가사의 결정판이 ‘이별택시’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그가 녹음을 했을 때도 가사 속 상황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져서 감정 몰입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별택시’의 가사는 2003년에 탄생했다. 윤종신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가사는 이제껏 없지 않았나 싶어 가사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통해 감정을 전하곤 하는 그의 스타일에 택시는 무척 흥미로운 소재였다. 
처음에는 버스를 떠올리기도 했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버스보다는 택시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윤종신은 이 노래의 가사를 쓰던 때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시행착오가 심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때는 데뷔 14년, 15년 차가 되면서 여러모로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요. 사랑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요즘 친구들을 보면 30대 초, 중반에도 참 야무지게 잘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못했죠. 그래서 그런지 무조건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흔들린다는 사실을 아니까 더 몰입했고, 더 매달렸죠. 
방송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요. 이 당시에 쓴 가사도 그래요. 상황을 좀 더 극단적으로 몰고 가고, 감정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죠. ‘이별택시’처럼요.”
윤종신이 부른 ‘이별택시’는 김연우가 부른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김연우는 자신이 부른 원곡이 담담한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면, 윤종신이 부른 리페어 버전은 극적인 슬픔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한다. 윤종신 역시 김연우의 생각에 동의한다. “물론 제가 연우보다는 덜 올라가고 꾸역꾸역 부르기는 하지만, 저는 작사가로서 노래를 좀 더 세분화해서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쭉 뽑아내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 대신 완급이 있고 그렇기에 조금 더 감정적이겠죠.”
발행인 겸 편집장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Edit 김주성
Design 최고은, 한경희
Plan 최진권
Video Edit 권철
Making Photo 최고은

사진
Photo & Video 안성진

음악
‘No Schedule’
Lyrics 윤종신
Compose 정석원
Arrange 황성제
Guitar 홍준호
Chorus 강성호
Rhythm Program & Keyboard 황성제

‘이별택시’
Lyrics 윤종신
Compose 김승진
Arrange 황성제
Drum 신석철
Bass 박한진
Guitar 홍준호
Piano & Keyboard 황성제

앨범아트
Artwork Director 이강훈
Artwork 김한나
Design 공민선

뮤직비디오
Director 김형민
DOP, Color Grading 권철
Producer 이승호
Art Director 장혜린

스타일링
오영주, 오진주

매니지먼트
조배현, 하영진, 최호준

발행
MYSTIC89

제작
OFFBEAT,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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