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스펙터클>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관의 총기 난사범 제임스 홈스를 비롯해 조승희, 콜럼바인 사건의 범인들, ‘유튜브 살인마’ 페카에릭 우비넨 등 다중살인을 저지른 총기 난사범들을 소환하고, 그들이 왜 이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다중살인이 이토록 만연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범인 개인의 정실 질환이나 살상 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미국의 폭력성과 부조리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했다. 물론 그 진단은 불완전할 뿐이지 틀리진 않았다. 과시적인 ‘죽음의 잔치’를 벌이고 생을 저버리는 이들은 필히 제정신일 리 없고, 이들의 손에 간단히 총을 쥐여주는 국가 역시도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무엇’이 범인을 제정신일 수 없게 만든 것인가? ‘무엇’이 범인으로 하여금 수백 발의 총알을 구입할 수 있게 만든 걸까?

이 책의 저자인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는 이 징후적인 사건들을 신자유주의가 낳은 병폐와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노동을 착취하고 인지 노동을 정보 기계의 추상적인 가속화에 종속시키고 언어의 창조성과 감수성을 방해하여 언어의 특이성을 파괴해버리는 신자유주의의 경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어머니보다 기계로부터 말을 배우고, 어릴 때부터 살아남기 위한 타인과의 경쟁에 떠밀리고, 복종과 피폐와 착취를 낳는 사회에 원치 않는 빚을 지고, 죽음이 아니면 결코 이 세계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체념과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삶 말이다. 섬뜩한 것은 범인이 태어나고 자란 이 세계에서, 범인을 범인으로 만든 동일한 환경 조건 속에서 우리 또한 태어나고 자랐다는 것이다. 우리가 신자유주의가 선사하는 우울과 불안과 공황을 견디는 대신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는 분노와 범인들을 서서히 ‘죽음의 스펙터클’로 인도한 그 분노는 그리 다른 감정은 아닐 것이다.

<죽음의 스펙터클>
지은이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옮긴이 송섬별
출간 정보 반비 /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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