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를 ‘새벽의 전화’라고 붙여봤습니다. 소설은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노래는 전화를 받기 전까지의 순간을 그리고 있어요. 그 찰나의 감정을 노래에 담은 거죠.”

덮어 놓은 전화기 속 소리 없이 새어 나온 
그 빛은 날 속삭이네 궁금하지 않아 

왠지 모르겠어 전화기에 눌린 빛은
답답한 듯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서
너 같아서 나 같아서

네가 없어 한순간부터 느닷없이 사라져 버렸어
그 이유를 왠지 말할 것 같아

가도 있어 언제 어디나 얼룩들처럼 사방에 번져 있어 
아직도 그 흐르던 멜로디 여전히 좋아할까

열린 창틈 바람 한번 날 일으켜 세워주네 
이 바람의 감촉 마치 날 어루만지던 
너 같아서 너 같아서

네가 없어 한순간부터 느닷없이 사라져 버렸어
그 이유를 왠지 말할 것 같아

가도 있어 언제 어디나 얼룩들처럼 사방에 번져 있어  
아직도 그 흐르던 멜로디 여전히 듣고 있기를
이 빛 고마워 누구든

여보세요

2014 <월간 윤종신> 8월호 ‘여자 없는 남자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여자 없는 남자들』(문학동네 펴냄)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되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9년 만의 신작 소설집이며 일본 출간 당시 예약판매만으로 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화제작이다. 윤종신은 국내 출간을 앞둔 이 작품을 미리 읽어보았고, 그 소감을 노래로 표현했다. <월간 윤종신>이 문학 작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엔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이라기보다는 작가와 독자의 교감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을 다른 어떤 한국 독자보다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창작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멋진 동기는 없잖아요. 평소 하루키의 에세이에 크게 공감하는 편인데, 이별 후 남자들이 겪는 보편적인 감정을 정말 특별하게 표현해내시더라고요. 이번 소설은 제 노래 세계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세월의 흐름에도 무뎌지지 않은 감각은 존경합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주인공이 낯선 남자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자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와이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그녀는 주인공의 옛 연인이기도 하다. 소설은 주인공이 전화를 받은 이후에 느끼는 상념으로 채워져 있지만, 윤종신은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새벽에 전화가 울리는 상황 묘사에 집중했다. “부제를 ‘새벽의 전화’라고 붙여봤어요. 마케팅적으로 제목을 통일해야 하지 않았다면 ‘새벽의 전화’라고 붙였을 것 같아요. (웃음) 소설은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제 노래는 전화를 받기까지의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연애 시절을 돌이켜보면, 새벽에 전화가 울리면 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설렘이 있었거든요. 받기 전까지의 그 찰나의 감정을 노래에 남은 거죠. 그리고…… 정우성 씨의 목소리가 등장합니다. 정우성 씨의 목소리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노래 속 화자의 목소리로 생각할 수도 있고, 소설 속 내용처럼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목소리로 생각할 수도 있죠.”

8월호 ‘여자 없는 남자들’은 배우 정우성이 목소리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평소 닮은꼴(?)로 본의 아니게 윤종신과 얽혀왔던 정우성은 윤종신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고, 직접 녹음실을 찾았다. “제 10집 앨범에 ‘서른 너머… 집으로 가는 길’이란 곡이 있는데, ‘아, 날씨 좋다’하는 나레이션을 설경구 씨한테 부탁한 적이 있어요. 끝까지 고사하셔서 그냥 제가 직접 할 수밖에 없었는데(웃음), 노래도 하나의 이야기인지라 이건 이 배우가 표현해주면 딱이겠구나 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번에는 내용상 남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서 정우성 씨에게 부탁했는데, 이렇게 성사가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자 없는 남자들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옮긴이 | 양윤옥
펴낸곳 | 문학동네

남자와 여자, 그 깊은 간극에 흐르는 비밀스러운 선율
9년 만에 새롭게 태동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세계

일본 출간 당시 예약판매로만 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1983년 출간한 첫 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 이후로 그의 단편소설들은 앞으로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지표이자 새로운 시도의 장으로서, 때로는 잔혹동화를 연상시키는 비현실적 상상력을, 때로는 청춘의 기억을 건드리는 섬세한 감성을 담아내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써내려간 여섯 편의 작품이 실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1968년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연극과에 입학해 전공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켰다. 2009년에는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1Q84』가 출간되자마자 한일 양국의 서점가를 점령하며 또다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2014년,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발표하며 또다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행인 겸 편집장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Plan 최진권
Edit 김주성, 김보람
Design 정지연
Video Edit 이지윤
Making Photo 김보람
SNS 윤이삭

사진
Moving Picture 안성진(@Agency TEO)

음악
‘여자 없는 남자들’ 
(inspired by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
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윤종신 
Arranged by 정석원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박인영
 
Drum Programming 정석원 
Bass 최훈
Guitar 정수완
Piano 정석원 
String 융 스트링
Narration 정우성

Recorded by 김일호, 심소연(@STUDIO89), 오성근, 백경훈(@T-Studio)
Mixed by 김일호(@STUDIO89)
Assistant Mixing Engineer 심소연(@STUDIO89)
Mastered by Mazen Murad(@Metropolis Studio)

Produced by 윤종신(@TEAM89)

뮤직비디오
Director 이지윤
Producer 김태연
D.O.P 고태민
Actor 윤종신, 정우성
Gaffer 김형민
Production Company MYSTIC89

앨범아트
Design 공민선

Cafe LOB Gallery
Art Director 이강훈
Artist 최지욱

스타일링
오영주, 방혜림

A&R
조민휘

매니지먼트
조배현, 하영진, 방재혁, 이원석

제작 & 발행 MYSTIC89

월간 윤종신 8월-6